엄마와 함께 하는 휴가 첫날, 출발 지연 시간을 활용한 기록

2021. 11. 20. 11:03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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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1년을 보내고 드디어 휴가를 떠납니다. 이번 만큼은 휴가라는 단어가 설렘보다는 안정과 포근함으로 다가옵니다. 2020년 1월 마카오 여행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네요. 올해는 특히 회사 시간과 개인 시간을 잘게 쪼개어 인생 실험을 한계 끝까지 경험했던 한 해였습니다. 마치 11시간 동안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가 마침내 잘 뻗은 포장 도로 위를 달리는 기분이랄까요. 이제 좀 편히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볼 겨를도 없을 만큼 정신 없이 지냈는데 이 참에 다이어리의 기록을 따라가며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훑어봐야겠습니다. 마침 항공편이 1시간 40분이나 지연되는 바람에 이렇게 글을 쓸 시간을 벌었거든요. (고맙습니다, 진 에어. 휴.)


<2021년의 개인 일정/작업>


- 1월 : 가사 번역 2회(Dept)
- 2월 1일 ~ 3월 31일 : 개인 사진전 준비
- 2월 : 가사 번역 2회(Dept)
- 3월 : 가사 번역 3회(Dept)
- 4월 1일 ~ 5월 30일 : <사적인 파라다이스> 전시
- 4월 : 가사 번역 2회(Dept)
- 5월 1일 ~ 5월 3일 : 잠깐의 제주 여행
- 5월 4일 ~ 5월 24일 : 그룹 사진전 준비
- 5월 25일 ~ 8월 31일 : <The Darkest, the Brightest> 전시
- 5월 : 가사 번역 1회(Dept)
- 5월 15일 ~ 6월 30일 : 아웃도어 아일랜드(장승포) 기록집 프로젝트 준비
- 6월 : 가사 번역 3회(Dept)
- 7월 1일 ~ 7월 31일 : 일기와 기록, 독립 출판에 관한 <사적인 파라다이스> 북토크 2회
- 8월 3일 : 팬스타 크루즈 전시 관련 작업
- 7월 17일 ~ 8월 9일 : 아웃도어 아일랜드 1기 인터뷰 & 개인 사진 촬영(20인)
- 8월 : 가사 번역 1회, 플레이리스트 작업 2회(Dept)
- (9월 3일 ~ 10월 30일 : 백신 1차 접종 이후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컨디션 최악)
- 9월 : 가사 번역 1회, 플레이리스트 작업 1회(Dept)
- 10월 : 가사 번역 1회, 플레이리스트 작업 1회(Dept)
- 10월 30일 ~ 11월 16일 : 아웃도어 아일랜드 2기 개인 사진 촬영(11인) 및 공유를 위한 창조 운영진 촬영(3~5인)
- 11월 17일 : 아웃도어 아일랜드 기록집 회의

 


올해 직장일을 병행하며 진행한 개인 일정과 작업을 나열해보았습니다. 겸업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4월에 있었던 개인전 덕분에 생겨난 작업들이 많았네요. 좋아하는 분야에서 할 일과 역량이 늘어나는 것은 행복하지만, 이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저는 다양한 시각으로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앞으로의 삶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주위의 믿을 만한 지인에게 의견을 구하고 있고, 모든 피드백을 종합해 가장 필요한 처방전을 내려보고자 합니다.

 

 

기록을 위한 휴가

 

나름 서른 하나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사랑의 설렘 따위는 점점 기대하지 않게 됩니다. 허무주의라기 보다는 감동은 하되, 기대는 없는 ‘노썸 노김칫국’에 더 가깝습니다. 역시 조금이라도 빨리 사랑과 연애를 실컷 해보는 것이 중요하네요! 여기 ‘실컷, 충분히’라는 말에는 더 이상 그것을 갈망하지 않는 상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마음에 드는 이가 생겨도 이 사람과 가족이 되지 못하면 함께 여행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번에도 고백했지만 기록자에게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는(언젠가 비공개로 돌려야하는) 연애와 사랑은 이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거든요. 오래 전의 마지막 비공개 만남(?)을 끝으로 더 이상은 비밀스러운 연애도 안녕입니다. 이제는 기록해도 괜찮은 사람들과 황금 같은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와 함께 하는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껏 기록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지난 제주 여행에서처럼 김해공항 국내선 37번 게이트를 지나서 나오는 인공 정원 피크닉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문득 허기가 져서 간단하게 끼니를 떼우기로 했어요. 좋아하는 빵을 포기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미도어묵의 핫바를, 엄마가 못 마시는 커피 대신 자색 고구마 라떼 한 잔을 나눠 마시며 지연 시간을 조금이라도 달래봅니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꼬꼬마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이 공간에서 만질 수 있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하네요. 엄마도 하고 계시던 묵주 기도를 다 끝내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공항을 한 바퀴 돌러 가셨습니다. 지금쯤이면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을 시간인데 이렇게 공항에서 하염 없이 기다리고 있다니. 속은 상하지만 통제 밖의 일들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휴가의 즐거운 감정을 잘 유지하며 오랜만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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