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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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을 다루는 기록자
기록자, 사진을 만나다 다이어리 말고도 중요한 기록 수단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글로 담지 못하는 것을 빛으로 그릴 수 있게 해주는 도구, '카메라'입니다. 사진은 저에게 침묵을 허용해주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도 침묵과 비슷하지만, 글은 단어와 문장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문자에서 온전하게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저는 뷰파인더 속 풍경이 시간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느린 순간을 좋아합니다. 마침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다면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사진은 기록의 수단으로도 훌륭하지만 자기 표현의 한 장르로써 사진을 대하는 마음도 설렙니다. 사진에 대한 욕구가 일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DSLR카메라를 써보고 싶었지만 따로 아르바이트..
2021.09.30 -
기록은 기억보다 힘이 세다
세상에 태어나 얻은 기억의 시작, 그 이전부터 그림일기를 썼습니다. ‘최초의 기억 이전’이라고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집에 보관하고 있는 스물 한 권의 그림일기에 적힌 사건들 중 제대로 기억이 나는 일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일기장에는 처음 듣는 해수욕장의 이름이 서툰 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 발바닥을 스치는 미역의 감촉을 적어두기까지 했는데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 나로서는 일기 속의 일들이 그저 꿈에서 벌어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언어가 제대로 발달하기도 전부터 경험한 것들을 꼬물꼬물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저는 잘하든 말든 기록자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첫 글의 제목을 "기록은 기억보다 힘이 세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시켜서 시작된 일인 줄 ..
2021.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