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자의 도구] 한 달 일찍 시작하는 새해, 2022년 다이어리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

2022. 1. 22. 16:40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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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게 이어오는 저만의 작은 법칙이 하나 있습니다. 「12월부터 새로운 다이어리를 시작한다」는 것.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부모님이 다니시는 성당에서 유아 세례를 받은 저는 어렸을 때부터 12월이면 한 달 내내 은은한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덕분에 12월은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이 되었고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연도와 관계없이 저의 일기년(日記年)은 12월 1일부터 시작해 이듬해 11월 30일 날 끝나는 주기를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12월에 다이어리를 시작하면 좋은 점


 

 

1. 한 달 일찍 누르는 RESET 버튼

내년의 계획이나 다짐을 한 달 일찍 고민할 수 있습니다. 새 다이어리의 텅 빈 페이지가 주는 고요함을 마주하면 얼른 채워보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뜬구름 잡고 현실성 없는 소망들이라도 일단 적어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원하는 방향에 있는 지극히 평범한 행동을 한 두 가지 정도 하게 되고 그걸 기록하다 보면 지속성의 기적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거든요. 꼭 새로운 다짐만 쓰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직 올해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현재의 상태나 작업, 습관 등을 돌아보며 아쉬운 점을 적을 수도 있습니다.

 

2. 1월 1일은 연속된 날짜 중 하나일 뿐

12월에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면 1월 1일에 다다랐을 때 이미 새 페이지가 아니므로 비교적 차분하게 새해를 맞이하게 됩니다. 12월에 다짐했던 것들이 2~3주가 지나 진척이 없더라도 새해 즈음부터는 새로운 습관이 자리를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스컴이 만들어내는 연말연시 분위기와는 별개로 나만의 시간 관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록자의 2022년 다이어리


 

2022년의 다이어리는 일찌감찌 구해두었습니다. 독서기록을 일기와 혼합하여 기록할 수 있는 문구점 응<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은 이 노트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체험단으로 미리 써봤던 상품이었습니다. 그 해 이미 쓰고 있던 다이어리가 있어서 기록 샘플 촬영을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된 것이 아쉬워 2022년에 제대로 채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권을 구매해서 한 권은 소중한 분께 선물로 드리고 나머지 한 권을 12월 1일에 개시했습니다.

 

 

 

독서 다이어리 ㅡ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 : 문구점 응

문구점 응이 당신에게 책을 읽으며 매일 조금씩 적는 독서 일기장을 소개합니다.

smartstore.naver.com

▲ 문구점 응의 온라인스토어에서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의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어요.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이라는 근사한 이름의 다이어리는 마루 양장 제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유서 깊은 도서관에 꽂혀 있을 것 같은 고전 책의 클래식함을 가지고 있지요. 어느 책과 함께 있어도 은은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표지와 내지 모두 부드러운 크림색 톤으로 일관성이 있습니다. 저는 표지를 좀 더 아껴 쓰기 위해 지나간 달력 종이로 싸개를 만들었습니다. 심심해진 표지에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수집한 컬렉션 리포트 스티커를 붙였고요. 작년 12월부터 다이어리를 쓴 지 두 달이 다되어가는 지금은 책싸개에 자잘한 얼룩과 스크래치가 나 있습니다. 근사하게 보호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괜히 흡족하네요.

 

 

ⓒ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1) 13개월짜리 월간 캘린더

섬세하고 반가웠던 배려 중 하나는 만년 월간 캘린더가 13개월 분량이라는 점입니다. 저처럼 12월에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하는 사람도 이듬해 12월 일정까지 함께 기록할 수 있어 더욱 마음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2)  기록의 자유도가 높은 내지 구성

일일 페이지의 구성은 단순합니다. 책갈피가 표시된 왼쪽 무선칸과 내용을 기입하는 오른쪽 모눈종이 칸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투명도가 높게 인쇄되어 글씨와 내용에 집중이 잘 되고, 모눈종이 칸이 있어 기록을 보다 정갈하게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콜라주를 하는 등 중간중간의 변주가 기록을 즐겁게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달간 썼던 일기 중 그나마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페이지를 하나 공유해봅니다. (제 다이어리는 늘 하고 싶은 말 대잔치랍니다!) '오늘 읽은 책은'이라는 칸에 작가와 책 제목을, 책갈피 칸에는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기록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비슷한 주제의 영화를 보게 되는 경우도 꽤 있어서 독서와 영화 기록을 함께 남기기도 합니다. 잘 쓸 필요 없어요. 손 가는 대로 씁니다. 그때 내가 가진 생각들의 일부가 쏟아져 나와 기록되는 것 자체가 값진 일이니까요.

 

다이어리 페이지
ⓒ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4) 눈의 피로가 덜하고 비침과 변색이 적은 중성지, 미색 문켄지 100g

매일 마주하고 피부와 맞닿는 종이라면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중성지가 아무래도 신뢰가 갑니다. 이 다이어리에는 파일롯(Pilot)에서 나온 지워지는 볼펜 Frixion Ball 3 0.38mm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검정 잉크는 리필심 세 개 묶음을 사두었지만 벌써 두 개째 쓰고 있습니다. 별도의 수정액을 사용하지 않고 볼펜 뒤 지우개 역할을 하는 고무 부분으로 슥슥 문지르면 지워집니다. (게다가 지우개똥도 없다니! 혁신이네요.) 잉크가 너무 빨리 닳아 없어진다는 것 말고는 너무 매력적인 제품이라 즐겨 쓰고 있습니다. 이 볼펜으로 기록했을 때 잉크 비침은 위의 사진을 참고해주세요.

 

Pilot Frixion Ball 3 0.38mm 볼펜과 리필심
ⓒ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새해가 주르륵 주르륵 흐르고 있습니다. 연말도 쏜살같더니 시간은 냉철하게도 걸음을 늦추지 않네요. 회사 일도 흐름을 타서 일정한 속도로 가고 있고, 올해 3곳에서 전시 관련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 바쁘고 싶다고 고함을 지른 2021년이었지만 2022년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소화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작년에 시간과 정신, 체력을 한계치 가까이 써댔기 때문에 새해 첫 달의 밤은 거의 잠에 취해 보냈습니다. 작년에 못 잔 잠이 이렇게도 많이 밀려있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주말 오후도 긴 하품과 피로감에 몽롱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다이어리에 쓰는 짧은 일기들 말고 글 한 편을 시원하고 쓰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몸 상태를 이겨냈습니다. 이렇게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싶다"는 원대한 소망에 작은 발걸음 하나 보태어봅니다. 작년에 극강의 바쁨을 경험하며 대혼란의 시간을 겪었으니 올해는 조금 더 유연하게 삶을 지휘하며 기록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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