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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제주 여행, 메르세데스-벤츠 C200 카브리올레

인생에서 2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120분이면 꽤 넉넉한 영화의 러닝 타임이고, 식사와 커피 타임을 즐길 수도 있는 시간이다. 그렇지만 그리 길지 않은 여행 일정에서 2시간이 뒤로 밀리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출발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날짜에 흐린 날씨가 예보되어 있고, 식물원 등 야외 테마시설이 한 시간 일찍 문을 닫는 동절기의 여행이라면 더더욱. 묵주기도로 화가 나는 마음을 겨우 달래고 있던 엄마는 '다시는 진 에어를 타지 않겠다' 선언하셨다. 우리 둘 다 모처럼의 여행 기분을 출발 지연 때문에 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그래서 지연된 시간을 잘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중간중간 따스한 햇살이 드는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현실 자각에 초조함이 일었다. 공항..

Travel 2021.11.24

엄마와 함께 하는 휴가 첫날, 출발 지연 시간을 활용한 기록

바쁜 1년을 보내고 드디어 휴가를 떠난다. 이번 만큼은 휴가라는 단어가 설렘보다는 안정과 포근함으로 다가온다. 2020년 1월 마카오 여행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올해는 특히 회사 시간과 개인 시간을 잘게 쪼개어 인생 실험을 한계 끝까지 경험했던 한 해였다. 마치 11시간 동안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가 마침내 잘 뻗은 포장 도로 위를 달리는 기분이랄까. 이제 좀 편히 숨을 쉴 수 있겠다. 그동안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볼 겨를도 없을 만큼 정신 없이 지냈는데 이 참에 다이어리의 기록을 따라가며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훑어봐야겠다. 마침 항공편이 1시간 40분이나 지연되는 바람에 이렇게 글을 쓸 시간을 벌었다. (고맙습니다, 진 에어. 휴.) - 1월 : 가사 번역 2회(D..

Travel 2021.11.20

필리핀의 깊은 정글에서 울리는 평온, FKJ의 “Just Piano” / “Ylang Ylang EP(Live Session)”

평소 좋아하는 모던 프랜치 하우스 음악의 선구자 FKJ(French Kiwi Juice, 본명 Vincent Fenton)가 8곡의 차분한 피아노 곡을 엮은 ‘Just Piano’ 앨범을 Calm앱을 통해 발표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프랑스 출신 아버지와 뉴질랜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예전에 뉴질랜드에 있을 때 우연히 그의 솔로 퍼포먼스 영상을 발견했고, 루핑(Looping)을 이용하여 모든 악기를 라이브로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에 바로 그의 팬이 되었다. 그는 ((( O )))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필리핀계 미국인 뮤지션 June Marieezy와 2019년에 결혼했고, Ylang이라는 필리핀의 정글 속에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깊은 숲 속에 스튜디오를 세팅하며 FKJ는 6개월 정도..

Art 2021.10.04

기록의 솔직함에 대하여

꼬마일 때 쓰던 가벼운 일기들은 사춘기를 겪고 어른이 되어 사생활을 누릴수록 그 내용이 풍부해진다. 금고에 넣지 않는 이상 종이 다이어리에는 보안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100% 솔직하게 기록할 수 없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가끔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다 밝힐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사건에 얽힌 관계 때문일 수도 있고, 가끔은 세상의 눈에서 벗어난 일들을 삶에서 허용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솔직함 1. 기록자의 절벽 기록자 스스로 솔직함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순간은 이야기하고 싶은 일이나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다. 나는 이 순간을 '기록자의 절벽(Author's Cliff)'이라고 부른다. 그 다음 문장에서 어떠한 사실을 전달할 경우, 마치 절벽 끝에서 한 발을 내..

Journal 2021.10.03

평온을 다루는 기록자

기록자, 사진을 만나다 다이어리 말고도 중요한 기록 수단이 한 가지 더 있다. 글로 담지 못하는 것을 빛으로 그릴 수 있게 해주는 도구, '카메라'다. 사진은 나에게 침묵을 허용해주는 언어다. 글을 쓰는 순간도 침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글은 단어와 문장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문자에서 온전하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뷰파인더 속 풍경이 시간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느린 순간을 좋아한다. 마침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다면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사진은 기록의 수단으로도 훌륭하지만 자기 표현의 한 장르로써 사진을 대하는 마음도 설렌다. 사진에 대한 욕구가 일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DSLR카메라를 써보고 싶었지만 따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고..

Journal 2021.09.30

기록은 기억보다 힘이 세다

세상에 태어나 얻은 기억의 시작, 그 이전부터 그림일기를 썼다. ‘최초의 기억 이전’이라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집에 보관하고 있는 스물 한 권의 그림일기에 적힌 사건들 중 제대로 기억이 나는 일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기장에는 처음 듣는 해수욕장의 이름이 서툰 글씨로 적혀 있다. 심지어 발바닥을 스치는 미역의 감촉을 적어두기까지 했는데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 나로서는 일기 속의 일들이 그저 꿈에서 벌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언어가 제대로 발달하기도 전부터 경험한 것들을 꼬물꼬물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잘하든 말든 기록자의 삶을 시작했다. 첫 글의 제목을 "기록은 기억보다 힘이 세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시켜서 시작된 일인 줄 알았지만 다섯 살 때..

Journal 2021.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