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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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쓰기로 만나는 존재 바깥과 내면, 비밀의 언덕(2022)
진실과 거짓 사이 우리는 가족의 품을 떠나 또래 친구들을 만나며 처음으로 넓은 세상을 경험한다. 보호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거짓으로 울고 웃던 아이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다. 가짜를 그럴듯한 진실로 위장하는 데에는 더 많은 거짓말이 동원될 때도 있다. 덕지덕지 쌓아 올린 모래성 안에서 아이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을 경험한다. 조금 더 자라면서 우리는 진실을 필요한 만큼 숨기는 법을 알게 된다.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적당히 넘어가는 것. 누군가가 너무 꼴보기 싫지만, 늘 마주쳐야 하는 사회적 관계를 고려해 오늘도 온 힘을 다해 웃어 보이는 것. 하지만 반쪽짜리 얼굴로 존재하는 게 어쩐지 달갑지는 않다. 솔직함과 거짓말, 우리는 이 가운데..
2023.07.30 -
[책] 창작은 충동과 영감을 숭배하는 일, 패티 스미스의 『몰입(Devotion, 2017)』
지난여름, 제가 주말마다 부산에서 거제를 오가는 기록 작업을 시작하기 전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일기에서 거제 몽돌해수욕장에 갔다는 기록을 발견했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기억은 없었습니다. 그저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자갈의 감촉과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는 구간이 많아서 당황했던 것 정도가 어렴풋하게 떠오를 뿐이었지요. 어른이 되어 처음 거제에 간 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거제 장목면에 있는 '책방 익힘'이었습니다. 그곳을 둘러보다 강하게 끌리는 책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패티 스미스의 『몰입』. 그녀의 이름을 보자마자 오래 전 목록에 올려두고 아직까지 읽지 못한 책 『저스트 키즈』가 떠올랐습니다. 책의 서문을 슬쩍 읽어보니 이 책이 그녀의 책을 읽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나의 어떤 갈증까지..
2022.02.26 -
루틴과 빛 한 줌이 삶에 미치는 영향
2018년 8월 29일 수요일 내게 잘 맞는 루틴 찾기 아침이 창의적인 활동을 하기에 가장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책에는 이른 새벽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작가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작업 시간을 아침으로 옮기고 기적적으로 능률이 올랐다는 것, 잠을 자는 동안 뇌가 기억 분류 작업을 끝내놓아서 지난 밤에 고민하던 문제가 갑자기 해결이 되었다는 것, 등등 증명 가능한 경험과 이론들로 가득 했습니다. 나에게 맞는 이상적인 시간대를 찾기 위해 이리 저리 실험해보고 있는 중이었기에 몇 번은 일어나자마자 만사 제쳐두고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작업을 먼저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썩 몰입되지 않고 무언가 어색하고 불편했어요. 아침 기운은 언제나 좋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한 기분'은 어디서 생겨난 것이었을까요. ..
201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