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2)
-
안전지대 밖에서
오늘은 햇살이 좋아서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였습니다. 엊그제 잠깐 우박이 떨어졌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남극 대륙과 열대 지방 중간에 위치한 남위 40도대는 지구의 감정 변화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구간입니다. 아무튼 오늘 이렇게 봄볕을 맞으니 북섬에서 지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합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어떤 일이 해결되는 시기에 맞춰 남섬으로 내려갈 생각이에요. '가족과 친구'라는 안전지대 밖으로 나온 지도 반년이 되었습니다. 한 달 뒤에는 제가 돌아올 줄 알았던 어머니는 늘 '그만하고 돌아오라'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제야 무언가를 시작한 것 같은 저로서는 이 모험을 중단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가족의 보호가 존재한다는 건 말도 못 할 행운입니다. 집을 떠나와 방랑객으로 푸대접을 받을 때면..
2018.09.23 -
어둠 속의 실루엣, 그리고 잊지 못할 밤
2018년 7월 16일 월요일 일요일 저녁, 오클랜드로 돌아갈 채비를 끝마쳤습니다. 보름 만이었지요. 한 달의 절반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겠지만 90퍼센트의 시간이 일로 채워진 15일은 참으로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일이 끝이 나니 무척 후련했어요. 마무리 현장 사진 촬영은 카메라를 소지한 제가 맡았습니다. 광각 렌즈의 과장미 덕분에 사진이 더욱 멋스럽게 찍혔어요. 이제 '웰링턴 - 오클랜드 9시간 드라이브'라는 마지막 관문만 남았습니다. 대낮에 출발할 거라 기대했는데, 또다시 일정이 미뤄져 창밖도 볼 수 없는 깜깜한 밤에야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하루를 더 낭비하느니 빨리 집에 가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기는 했습니다. 액셀 페달에 남아 있는 힘을 보냈습니다. 짐을 가득 실은 밴의 묵직한 ..
2018.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