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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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웰링턴 산책 (2) ─ 판도로 빵집과 뉴질랜드 첫 가톨릭 미사
2018년 8월 5일 일요일 부둣가를 걷다가 성당으로 향하는 빅토리아 스트리트로 발길을 돌린 건 허기가 느껴질 즈음이었습니다. 뉴질랜드 포트레이트 갤러리(New Zealand Portrait Gallery)를 방문하고 싶었지만 오전 10시 30분에나 문을 열어서 포기해야 했거든요. 스파크 와이파이존을 벗어나자 스포티파이 앱에서 듣고 있던 음악이 뚝 끊겼습니다. 오랜 세월 귀에서 음악을 거의 떼지 않고 살았지만 환경이 바뀌어 저도 이제는 덤덤하게 이어폰을 귀에서 뺍니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모험을 결심하고 나서는 짐을 쌀 때부터 삶의 부피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고, 더 나아가 길 위의 생활자가 되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살림살이를 더 줄여야 합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습관'면에서도 마찬가지입..
2018.08.05 -
일요일의 웰링턴 산책 (1) ─ 고대하던 평범한 주말을 맞이하다
2018년 7월 26일 목요일 6월의 마지막 날부터 7월 15일까지 또다시 웰링턴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일주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일정이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두 배가 되었고, 그 기간 동안 현장 두 곳을 모두 마무리해야 하는 까닭에 체력의 한계까지 짜내야 했습니다. 지금껏 보아온 것들을 종합하자면, 한국이든 외국이든 할 것 없이 세상 모든 건축 일은 변수로 인한 딜레이와 씨름하는 게 절반인 듯했습니다. 새벽에 숙소로 가는 길에 본 또 다른 키위 인테리어 회사의 직원도 밴 안에서 고단한 표정으로 쪽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현장이 클라이언트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탓에 종종 현장 외적인 일에 대한 책망도 모두 다 감내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마감이 매우 급한 상황이라 주말까지 쉬지 ..
2018.08.05 -
웰링턴 여행, 웰링턴 '출장'이 되다
2018년 6월 9일 토요일 웰링턴으로 웰링턴에서 일손이 급히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원래는 여행으로 계획했었다가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지원해준 비행기 티켓이 이메일로 날아왔어요. 수요일 오후 네 시 비행기였습니다. 그전까지 하던 글 작업을 모두 마무리해야 했어요. 마감시간이 코 앞에 찾아온 글 노동의 시작이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OO프로젝트 첫 번째 이야기를 떠나기 전날 발행했고, 여행 짐은 당일 날 아침에나 챙길 수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생각이 느린데 꾸물거릴 시간이 별로 없어서 평소보다 생각 회로를 몇 배속으로 가동할 수밖에 없었어요. 웰링턴이 많이 춥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추운지 몰라서 껴입을 수 있는 얇은 겨울옷들을 배낭에 넉넉하게 챙겼습니다. 사실, 옷도 별로 없어서 ..
2018.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