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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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 삶을 선명하게 바라볼 기회가 되다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 중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삶의 작은 피정(retreat)을 떠날 기회입니다.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빗방울이 창문에 후드득 떨어진다. 자동차들이 빗물을 머금은 도로를 지나간다. 집 안의 모든 조명과 음악도 다 끄고서 침대에 누워 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연 상태'의 행복이다. 최근에 이런 기분을 언제 느껴 봤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거의 몇 년간 내게 없었던 감각이란 걸 깨달았다. 문득 뉴질랜드의 명상 센터에 있던 2019년 3월이 생각났다. 10일간 깊은 숲 속에서 '노블 사일런스(Noble Silence)'라고 불리는 완전한 침묵 속에 존재했던 날들이었다. 코로나 확진으로 엄마가 병원에서 안전하게 격리 생활을 보내는 동안 나는 혼자 명상 센터에 있는 것처럼 온전한 정적..
2022.03.22 -
코로나 바이러스를 기록하다(코로나 검사, 징후, 증상, 복용약, 자가격리)
방에 누워 있습니다. 최근에 구매한 베개는 볼륨이 빵빵해 조금 불편한데 다른 베개의 가장자리와 겹치면 이상하리만큼 제 몸에 꼭 필요했던 각도가 나오네요. 지난밤에도 고개가 살짝 뒤로 젖히는 자세로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어서 눈꺼풀과 두 뺨, 코 끝, 입술 위로 차가운 공기가 덮입니다. 방 안에 갇혀 있는 신세지만 찬바람에 계속 닿을 수 있어 절반은 야외에 나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동안 집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이유는 '창문을 마음대로 열 수 없어서'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공간 넓이의 문제인 줄 알고 제 방은 잠자는 공간으로만 여겼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모두 거실에서 했지요. 넓은 대리석 식탁에서도 숨 막힘을 느낀 것은 그저 제가 실내에 ..
202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