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후기] <사적인 파라다이스(2021)> 사진전 / 해운대 브루커피
한 줌의 평온 밤새 바다를 표류한 사람에게 따뜻한 온기가 절실하듯 태양빛에 오랫동안 데워진 모래 속으로 파고들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슬픔과 불안의 주위는 습도가 높고 서늘해서 이 감정 구간에 들어설 때면 언제나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온기가 사라지지 않는 곳. 방전된 내가 기운을 회복하는 섬. 외부의 영향 없이 나의 의지로 영원히 존속할 수 있는 낙원. 고대 사람들이 시나 연설을 암송하기 위해 기억의 궁전(Mind Palace)을 이용하는 것처럼 나는 내부에 추상적인 섬을 만들어 평온을 얻기 위한 재료들을 모아두기로 했다. 그래서 일상과 여행지에서 조금씩 떼어낸 평온한 순간을 뭉쳐 자그마한 섬을 조성했다. 그 섬에는 좋아하는 음악이 종일 나오고 보고 싶은 영화 장면이 반복되며 ..
2022.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