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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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창작은 충동과 영감을 숭배하는 일, 패티 스미스의 『몰입(Devotion, 2017)』
지난여름, 제가 주말마다 부산에서 거제를 오가는 기록 작업을 시작하기 전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일기에서 거제 몽돌해수욕장에 갔다는 기록을 발견했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기억은 없었습니다. 그저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자갈의 감촉과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는 구간이 많아서 당황했던 것 정도가 어렴풋하게 떠오를 뿐이었지요. 어른이 되어 처음 거제에 간 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거제 장목면에 있는 '책방 익힘'이었습니다. 그곳을 둘러보다 강하게 끌리는 책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패티 스미스의 『몰입』. 그녀의 이름을 보자마자 오래 전 목록에 올려두고 아직까지 읽지 못한 책 『저스트 키즈』가 떠올랐습니다. 책의 서문을 슬쩍 읽어보니 이 책이 그녀의 책을 읽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나의 어떤 갈증까지..
2022.02.26 -
와리 푸카푸카(Whare Pukapuka), 뉴질랜드 도서관 탐험
2018년 5월 3일 목요일 모험이라고 해서 항상 어딘가로 이동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앉은 곳이 어디든 시공간을 단숨에 초월할 수 있는 모험이 있지요. 필요한 것은 언어 능력과 상상력, 그리고 약간의 여행비. 인간으로 존재하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성비 좋은 모험은 꽤 오래전에 우리의 기록 본능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바로 타인의 기록을 읽어내는 일, '독서'입니다. 한 달 동안 글을 쓰면서, 출력이 아닌 입력에 대한 강한 허기를 느꼈습니다. 전자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하고 웹 상에 쓰인 타인의 기록들을 아무리 읽어도 좀처럼 허기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실물'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인쇄된 글자를 읽으며 종이의 감촉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제야 도서관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
2018.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