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EK Toky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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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일렉트로닉, 감각의 경계를 허물다 MUTEK JP 뮤텍 도쿄 2022 (1)
시간은 평평한 모래사장이다. 어느 한 곳에 빈 구덩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모래를 쌓아 올려야 한다. 그리고 밀려오는 파도. 모래 알갱이와 바닷물이 뒤섞여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모든 것이 덮인 표면, 뒤돌아보면 시간은 그런 식으로 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도쿄에서 보내는 나흘 간의 가벼운 시간을 위해 다른 날들을 묵직하게 보냈다. 금요일 오전 8시에 떠나는 비행기라 전날 퇴근 후 마감 작업을 정리하고 짐을 다 챙기고 나니 새벽 2시. 세 시간 후에 다시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고 도쿄로 가는 비행기에서 기절해 잠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수고스럽고 피곤하게 일본행을 강행한 이유가 있다. 12월이 될 때까지 휴가를 잘 참아왔고, 단순한 휴가가 아닌 독특하고 재밌는 방식으로 이 시간을 쓰고 싶다..
2023.03.09 -
[공연] 도쿄에서 만나는 아방가르드 일렉트로닉 음악・디지털 예술 축제 <2022 MUTEK Tokyo>
가랑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친한 언니와 함께 분무기 같은 가벼운 비를 맞으며 데크에 앉아 있었던 적이 있다. 하늘에 흩어진 빗물이 희뿌연 장벽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간단한 술과 안주로 저녁을 먹고 있던 우리의 대화는 시간이 갈수록 깊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머리카락 끝에서 물이 뚝뚝. 입고 있던 재킷은 물기를 머금어 묵직해졌다. 선실 안에 있던 타올로 방금 목욕을 마치고 나온 사람처럼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내었다. 아주 서서히,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가 나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봄밤의 가랑비처럼 내가 서서히 스며든 세계가 있다. 종이와 아날로그, 오래된 것들을 사랑하는 성질이 별안간 이라는 기계의 중심부로 향한 것이다. 경멸이 사랑으로 변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지독한 편견으로 인..
202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