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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한 천재 뮤지션과 인공지능의 선물, 제임스 블레이크xEndel의 "Wind Down"
2022년 5월,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영국 아티스트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의 낯선 음반을 만났다. 개인의 상황에 맞는 사운드 환경을 제공하는 독일의 소프트웨어 Endel사와 함께 협업한 음반이라고 한다. Endel은 사운드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용자들이 보다 쉽게 집중하고 좋은 잠을 자고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커버 사진을 훑어보면 아래쪽에 'Science-powered Soundscapes'라고 적혀 있다. 애초에 수면 유도를 목적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제임스 블레이크의 다른 음반들보다 앰비언트적인 특성을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이 곡들은 마치 2019년 발매된 [Assume Form]의 마지막 트랙 'Lullaby for My Insomniac..
2022.08.19 -
[음악] 농밀하게 그려낸 정글 속 기타 사운드, FKJ - Greener (feat. Santana)
내가 추구하는 삶의 색감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FKJ(French Kiwi Juice)"라고 대답할 수 있다. 최근 [Just Piano]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운드를 선사한 FKJ가 2022년 4월 8일 신곡을 공개했다. 이 시대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산타나(Santana)와 함께. FKJ와 산타나, 이 두 사람의 합작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곡의 첫 버전을 들은 FKJ 친구 한 명이 '리드 기타에서 산타나가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단다.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FKJ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요. 산타나는 FKJ가 보고 듣고 배우며 자란 영웅이었으니까. 이를 계기로 산타나에게 편지를 쓰기로 결심한 FKJ는 그를 향한 존경과 함께 곡에..
2022.04.09 -
사진을 잘 배열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 크리스 마르케(Chris Marker) 감독의 영화
우리는 글이나 회화, 데생을 통해 세상을 묘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 비해 전자의 결과물은 실제와 덜 연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이나 그림은 백지에서 작가의 노력에 의해 글자와 물감으로 채워집니다. 여기에는 작가의 생각이나 의식이 완전하게 투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전 손택의 말을 빌리자면 회화나 산문을 통한 묘사가 '세밀히 선택된 해석'일 때, 사진은 '세밀히 선택된 투명성'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사진의 조작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사진이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 정도가 글이나 그림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는 특성 덕분에 사진은 증거 자료로 활용되며 본인 확인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사진이 충실히 이 세상만을 반영하기만 할까요? 똑같은 사건을 두고 100..
2022.03.13 -
[영화] 퍼펙트 센스(Perfect Sense, 2011) - 감각 상실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
백신 1차 접종 후 5개월 만에 2차 접종을 맞았다. 그동안 (아마도 백신 때문에)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겼고 해를 넘기고 1월 중순이 되어서야 치료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그다음 백신을 맞을 여건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5일간의 긴 명절 휴가를 2차 접종 회복 기간으로 쓰기로 마음 먹었다. 이미 1차 때 몸이 혹독한 상황을 겪은 뒤였고, 2차 때 그 증상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었으니까. 5일의 공백은 여행을 떠나기에도, 다른 무언가를 하기에도 너무나 달콤한 기회였지만 더 큰 사회적 자유를 위해서 희생을 감내하기로 했다. 여행 대신 집 앞을 산책하며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랬다. 나를 초월한 이 지겨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생각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절묘하게 맞는 영화..
2022.03.05 -
[책] 창작은 충동과 영감을 숭배하는 일, 패티 스미스의 『몰입(Devotion, 2017)』
지난여름, 제가 주말마다 부산에서 거제를 오가는 기록 작업을 시작하기 전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일기에서 거제 몽돌해수욕장에 갔다는 기록을 발견했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기억은 없었습니다. 그저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자갈의 감촉과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는 구간이 많아서 당황했던 것 정도가 어렴풋하게 떠오를 뿐이었지요. 어른이 되어 처음 거제에 간 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거제 장목면에 있는 '책방 익힘'이었습니다. 그곳을 둘러보다 강하게 끌리는 책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패티 스미스의 『몰입』. 그녀의 이름을 보자마자 오래 전 목록에 올려두고 아직까지 읽지 못한 책 『저스트 키즈』가 떠올랐습니다. 책의 서문을 슬쩍 읽어보니 이 책이 그녀의 책을 읽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나의 어떤 갈증까지..
2022.02.26 -
[전시] 이미지와 글자로 만나는 사유의 세계, TIVSOY 개인전 <TIVOGRAPHY(티보그래피)> / 브루커피 부산 동래점
오랜 기간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TIVSOY(곽현우) 작가님이 부산 브루 커피 동래점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자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티보그래피(TIVOGRAPHY)'라는 명칭은 작가 이름의 앞부분(TIV)과 작품의 장르인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합성한 고유 명사입니다. 메인 포스터에는 1층에 전시되어 있던 「HIPHOP」 작품이 삽입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제목 없이 처음 보았을 때는 H와 P, 전원 스위치의 나열로 이루어진 이미지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전원 스위치 버튼의 기호가 영어의 'I'와 'O'로 전환되는 순간, 머릿속에 '힙합'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처럼 티보그래피 작품들은 먼저 제목을 보지 않고 곰곰이 생각하며 사유하고 ..
202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