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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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배우는 것들
2018년 9월 3일 월요일 한국은 조금씩 긴 팔 옷을 꺼내 입을 날씨가 되었겠네요. 이곳은 봄으로 진입하기 직전의 사나운 날씨가 연일 지속되고 있습니다. 남쪽에는 폭설이 내리고 중부 지역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요. 제가 있는 북쪽에는 강한 돌풍과 함께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습니다. 역시 대자연의 나라답게 구월의 봄을 향한 환영 인사도 투박하고 거친가 봅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흐리고 비가 오다가 오후 네 시가 다 되어서야 강한 햇볕이 났습니다. 빛은 밤부터 얼어 있던 나무 울타리와 흙을 순간적으로 데운 뒤, 아지랑이를 부둥켜안고 흩어집니다. 시간에 형상이 있다면 이러한 모습일까요. 날씨가 좋지 않지만 숲 산책을 멈추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집 앞의 숲을 둘러보는데 아직까지 ..
2018.09.11 -
루틴과 빛 한 줌이 삶에 미치는 영향
2018년 8월 29일 수요일 내게 잘 맞는 루틴 찾기 아침이 창의적인 활동을 하기에 가장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책에는 이른 새벽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작가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작업 시간을 아침으로 옮기고 기적적으로 능률이 올랐다는 것, 잠을 자는 동안 뇌가 기억 분류 작업을 끝내놓아서 지난 밤에 고민하던 문제가 갑자기 해결이 되었다는 것, 등등 증명 가능한 경험과 이론들로 가득 했습니다. 나에게 맞는 이상적인 시간대를 찾기 위해 이리 저리 실험해보고 있는 중이었기에 몇 번은 일어나자마자 만사 제쳐두고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작업을 먼저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썩 몰입되지 않고 무언가 어색하고 불편했어요. 아침 기운은 언제나 좋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한 기분'은 어디서 생겨난 것이었을까요. ..
2018.09.03 -
숲의 바람을 전합니다
2018년 8월 28일 화요일 지난 금요일 아침 늘 같은 자리에 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무언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길가 바로 옆에 빼곡한 숲으로 통하는 오솔길이 나 있는 거예요.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두 달이 훌쩍 넘었는데 이제야 알게 된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언뜻 보면 그저 큰 나무들이 연속적으로 늘어져 있어 사람 손이 닿지 않게 보존된 깊은 숲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통로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였습니다. 어쨌든 저에게는 영화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이 바다 수평선 끝에서 '무언가'─당신이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기에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을게요─를 발견한 것과 비슷한 충격이었습니다. 집에 와 카메라를 챙겨 들고 미지의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어귀에서부터 ..
2018.08.28 -
사진과 글로 호흡하기
2018년 8월 22일 수요일 이번 주는 이곳에 비구름이 오래 머물러 있습니다.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것이 꼭 빈 종이에 점선을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못 그어진 선들이 있으면 이따금씩 천둥이 찾아와 지우개질을 하는데, 그때마다 밤하늘이 여리게 진동합니다. 밤낮 할 것 없이 지속적이지요. 아까는 텅 빈 공기가 적적해 잠도 불러올 겸 차분한 클래식 음악 모음집을 틀어 놓았습니다. 2시간이 모두 지나고 소름 끼치도록 서늘한 교향곡이 시작되기에 슬그머니 음악을 꺼버렸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깊고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불안감도 쉽게 증폭되더라고요. 게다가 악몽을 꿀 조금의 가능성도 허락하고 싶지 않았어요. 시간을 잊은 정적 위로 빗소리가 조용히 쌓입니다. 빗방울마저 집 주위를 둘러싼 숲의 ..
2018.08.27 -
조절 가능한 불행에 대하여
2018년 8월 16일 목요일 토요일에 차를 팔고, 어제 저녁에 새로운 차를 사고, 주말에 의뢰받은 사진 촬영을 하고, 월요일과 화요일은 사진 작업을 하고 글을 쓰는 데 보냈습니다. 한 달 중 컨디션이 가장 좋지 않은 시기도 함께 견뎠네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한 주의 중간 지점도 지나 있습니다. 조금 더 괜찮은 차를 사기 위해 4개월 동안 모험을 함께 했던 1999년식 혼다 오디세이를 팔기로 했어요. 그동안 시답잖은 이메일 피싱 시도가 네 번이나 있었고, 90년대 차량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과도하게 값을 깎기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서만 연락이 왔습니다. 거의 두 달 만에 이 차와 영혼이 딱 맞는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카일과 세이미, 콜로라도에서 온 20대 초반의 아메리칸 커플이었답니다. 그들은 요구하는 ..
2018.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