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세프가 선사하는 예술 같은 요리, 제주 서귀포 강정동 세이모 키친(SAMo)

2022. 2. 3. 10:00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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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에는 가성비 좋은 호텔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엄마와 내가 이틀을 머물었던 숙소도 그중 한 곳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알게 된 친구가 서귀포 쪽에 '세이모(SAMo)'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행 첫날 저녁 식사를 예약했어요. 숙소에서 2km 정도 거리에 있었습니다. 원래 이탈리안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타국에서 만난 여행자 친구가 어떤 공간을 만들어가며 성장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밀가루 음식이 소화가 힘든 엄마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대신 여행의 나머지 식사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기로 하고요.

 

 


 

세이모 키친(SAMo)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192GS25 편의점 옆

/ 인스타그램 @samo_jeju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주차는 근처 상가 앞의 일방통행길에 해두고 조금 걸어갔습니다. 출입문을 여니 몇 년 전 뉴질랜드 바다에서 서핑을 하던 친구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이제는 한 공간의 대표가 된 친구에게서 기분 좋은 책임감과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세이모라는 이름은 'SAMEe Old shit'의 약자로, 장 미셀 바스키아와 그의 친구 알 디아즈가 함께 결성한 그룹 'SAMⓒ'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흔해 빠진 것들'에 대항하며 평범하지 않고 셰프의 개성이 넘치는 공간이길 바라며 붙인 이름입니다.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바스키아의 그림은 친구의 팔과 공간 곳곳에 부적처럼 존재했습니다. 굵직하면서도 자유분방한 그림체가 친구의 삶을 이끄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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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붓질에서 자기 세계가 탄생한 바스키아처럼 세이모 키친에는 1인 세프가 운영하는 작은 공간 특유의 개성이 묻어 있습니다. 혼자서도 좋은 요리와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제한된 테이블을 운영하며 바를 중심으로 실내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자연스레 세프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리에 주방이 있어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동안의 안부에 대해, 요리에 대해 쉽게 물어보고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미리 예약이 필요한 스테이크는 주문하지 못하고 샐러드와 리조또, 시그니처 파스타를 시켰다. 제주에서 길러진 보리로 만든 크림 리조또는 엄마와 제가 가장 맛있게 먹은 메뉴였는데 맛과 식감이 정말 탁월했습니다. 고소한 풍미 속에 탱글탱글한 보리의 존재감이 대단했지요. 역시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요리 중 하나라고 합니다. 엄마도 더 많이 먹지 못해 무척 아쉬워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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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인 시저 샐러드와 션 사장님이 추천해 준 화이트 와인입니다. 원래는 이렇게만 먹어도 저의 훌륭한 저녁 한 끼지만, 오늘은 엄마와 함께 한 자리이기 때문에 술은 적당히, 요리는 풍족하게 먹었습니다. 제주에 살았다면 와인 한 잔에 가벼운 저녁 식사를 하러 자주 찾아왔을 공간이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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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한 달 앞둔 11월말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낫던 세이모입니다. 이곳의 훌륭한 요리는 이미 입소문을 빠르게 타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에 제주에 온다면 낮에 와서 자연광에 요리를 더 잘 담아보고 싶습니다. 꿋꿋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그만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떠난 제주의 밤이 한 스푼 더 특별해진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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