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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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일렉트로닉, 생각의 경계를 허물다 MUTEK JP 뮤텍 도쿄 2022 (2)
자정이 넘은 캄캄한 밤, 도쿄에서 열린 MUTEK 금요일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적인 앰비언트로 시작해 숨 막히는 하드코어 테크노까지, 일렉트로닉 세계를 다양하게 여행한 밤이었다. 낯설지만 상상 그 이상이었던 공연은 12월의 얼어붙은 밤공기를 뜨겁게 녹여냈다. 5시간가량 이어진 스탠딩에 몸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연료를 태운 열기구처럼 자꾸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두꺼운 외투를 벗자 어깨와 목덜미에 갇혀 있던 뜨거운 공기가 공중으로 날아간다. 숙소로 돌아가는 언덕,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있는 소년 무리를 마주쳤다. 밤을 긁는 날카롭고 거친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진다. 늦은 밤 시간을 한낮처럼 쓰며 넘어지고, 엎어지고, 어디 하나 크게 부러질 것 같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 소년들..
2023.04.16 -
[공연] 일렉트로닉, 감각의 경계를 허물다 MUTEK JP 뮤텍 도쿄 2022 (1)
시간은 평평한 모래사장이다. 어느 한 곳에 빈 구덩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모래를 쌓아 올려야 한다. 그리고 밀려오는 파도. 모래 알갱이와 바닷물이 뒤섞여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모든 것이 덮인 표면, 뒤돌아보면 시간은 그런 식으로 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도쿄에서 보내는 나흘 간의 가벼운 시간을 위해 다른 날들을 묵직하게 보냈다. 금요일 오전 8시에 떠나는 비행기라 전날 퇴근 후 마감 작업을 정리하고 짐을 다 챙기고 나니 새벽 2시. 세 시간 후에 다시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고 도쿄로 가는 비행기에서 기절해 잠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수고스럽고 피곤하게 일본행을 강행한 이유가 있다. 12월이 될 때까지 휴가를 잘 참아왔고, 단순한 휴가가 아닌 독특하고 재밌는 방식으로 이 시간을 쓰고 싶다..
2023.03.09 -
부산 광안리 스테레오북스 공연 <다소 늦은 산책>
스튜디오 일을 끝내고 나니 잃었던 주말을 되찾았다. 그저께와 어제는 작업 과제와 공부, 글쓰기로 빼곡하게 채웠다. 토요일 저녁 시간을 후련하게 보내기 위해서 낮동안은 오로지 할 일에만 집중했다. 지금 하는 일은 파고들수록 해야 할 것들이 솟아난다. 요령 있는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 지난주 이내 언니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고 공연 소식을 알았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디 밴드 '오늘도 무사히(오무히)'가 정규 1집 발매를 기념해 전국 투어에 나선 것이다. 이내 언니는 부산 공연의 오프닝을 밝힐 예정이었다. 장소는 스테레오북스. 찾아보니 광안리에 있는 음악 전문 책방이었다. 공연 날이 될 때까지 오무히의 음악을 유튜브로 먼저 만났다. 함께 갈까, 혼자 갈까 끝끝내 고민하다가 공연 때 울음이 터질 것 ..
201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