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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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쓰기로 만나는 존재 바깥과 내면, 비밀의 언덕(2022)
진실과 거짓 사이 우리는 가족의 품을 떠나 또래 친구들을 만나며 처음으로 넓은 세상을 경험한다. 보호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거짓으로 울고 웃던 아이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다. 가짜를 그럴듯한 진실로 위장하는 데에는 더 많은 거짓말이 동원될 때도 있다. 덕지덕지 쌓아 올린 모래성 안에서 아이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을 경험한다. 조금 더 자라면서 우리는 진실을 필요한 만큼 숨기는 법을 알게 된다.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적당히 넘어가는 것. 누군가가 너무 꼴보기 싫지만, 늘 마주쳐야 하는 사회적 관계를 고려해 오늘도 온 힘을 다해 웃어 보이는 것. 하지만 반쪽짜리 얼굴로 존재하는 게 어쩐지 달갑지는 않다. 솔직함과 거짓말, 우리는 이 가운데..
2023.07.30 -
[전시] 기록을 경험하는 공간, 프랭코의 <HOMEMADE>
요즘 남천동 타코들며쎄쎄쎄에서 사진전을 하고 있다. 5월부터 7월까지 넉넉한 기간으로 열린다. 덕분에 전시에 오시는 손님들도 급하지 않게 본인의 스케줄에 맞추어 한 번에 한 분씩 차분히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일은 컨디션 관리. '체력과 기분이 무너지지 않게 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진행했다. 그래서 4월에는 몸과 정신의 상태를 살피며 살얼음을 걷듯 할 일들을 해나갔다. 전시가 시작되었고 이제야 미뤄둔 피로가 한 움큼 밀려오고 있지만, 마음 편히 잘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말 후련하다. "돈 쓰고, 시간 쓰고, 피곤해서 아프고, 액자 때문에 짐만 늘고, 이리저리 손해만 보는 사진전을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손목 통증, 발목 통증, 최근에는 다래끼 초기 증상까..
2022.06.26 -
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 삶을 선명하게 바라볼 기회가 되다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 중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삶의 작은 피정(retreat)을 떠날 기회입니다.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빗방울이 창문에 후드득 떨어진다. 자동차들이 빗물을 머금은 도로를 지나간다. 집 안의 모든 조명과 음악도 다 끄고서 침대에 누워 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연 상태'의 행복이다. 최근에 이런 기분을 언제 느껴 봤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거의 몇 년간 내게 없었던 감각이란 걸 깨달았다. 문득 뉴질랜드의 명상 센터에 있던 2019년 3월이 생각났다. 10일간 깊은 숲 속에서 '노블 사일런스(Noble Silence)'라고 불리는 완전한 침묵 속에 존재했던 날들이었다. 코로나 확진으로 엄마가 병원에서 안전하게 격리 생활을 보내는 동안 나는 혼자 명상 센터에 있는 것처럼 온전한 정적..
2022.03.22 -
[기록자의 도구] 2021 맥북프로(MacBook Pro) 14인치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프로 - 애플과 함께 성장하다 저는 아이폰 6로 처음 애플 생태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보안성, 카메라, 디스플레이, 디자인의 이유로 저는 애플로 옮겨 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애플 디스플레이가 흰색을 가장 흰색답게 표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변함이 없는 상태입니다. (지금은 아이폰 11을 쓰고 있어요.) 2년 전에는 생일 무렵 친한 디자이너 언니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아날로그로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기록들을 디지털로도 해보면 어때? 종이에 그리듯이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아이패드로 손글씨도 써보고! 기록을 이미지로 만드는 거지." 당시 9만 원짜리 와콤 태블릿을 써오면서 굉장한 불편을 느끼고 있던 저는 화면에 보다 직접..
2022.03.17 -
[기록자의 도구] 한 달 일찍 시작하는 새해, 2022년 다이어리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
10년이 넘게 이어오는 저만의 작은 법칙이 하나 있습니다. 「12월부터 새로운 다이어리를 시작한다」는 것.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부모님이 다니시는 성당에서 유아 세례를 받은 저는 어렸을 때부터 12월이면 한 달 내내 은은한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덕분에 12월은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이 되었고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연도와 관계없이 저의 일기년(日記年)은 12월 1일부터 시작해 이듬해 11월 30일 날 끝나는 주기를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12월에 다이어리를 시작하면 좋은 점 1. 한 달 일찍 누르는 RESET 버튼 내년의 계획이나 다짐을 한 달 일찍 고민할 수 있습니다. 새 다이어리의 텅 빈 페이지가 주는 고요함을 마주하면 얼른 채워보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2022.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