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파라다이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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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첫 책 <사적인 파라다이스> 제작기
제가 소중히 아끼는 책 『편집자로 산다는 것(김학원 외 5인 지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리더스북 이홍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남겼습니다. 한 권 한 권 만들면서 축적한 자기 경험으로부터의 인식, 그리고 치열한 흔적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배움, 반복과 반복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노하우가 바로 기획 잘하는 에디터를 만드는 DNA라고. '자신의 업을 열심히 기록하는 에디터'의 비슷한 모습이라도 되기 위해 첫 책 의 제작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내 언니의 제안 책을 쓰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무엇을, 무슨 이유로, 어떻게' 쓸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주춤하는 발걸음에 힘을 싣게 된 것은 오랜 친구 이내 언니 덕분입니다. 2019년 7월 7일, 광안리에..
2022.02.02 -
몰입을 위한 백그라운드 사운드
지금 당장 집중이 필요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혼자 있는 공간이든, 누군가와 함께 있는 공간이든 다양한 환경들이 당신의 집중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휴식을 가져도 일로 곧장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면 사운드로 가상의 공간을 조성해볼 수 있습니다. 일요일 밤, 내일 출근을 앞두고 있지만 주말에만 할 수 있는 작업들을 결국 밤까지 붙잡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는 있었습니다. '주말인데 아무 생각 안 하고 좀 쉬면 안 돼?' 하는 게으른 마음과 '주중에 퇴근하고 하려면 얼마나 피곤한지 겪어봤잖아. 조금이라도 편한 주말에 바짝 해두자' 하는 부지런한 마음이 종일 싸우다가 결국 밤에 붙들게 된 것입니다. 꿈같은 휴식 시간이 끝나간다는 아쉬움에 마음이 우울해졌습니다. 선데이 나잇 ..
2022.01.23 -
여행지에서 운명의 책 만나기 - 제주 섬타임즈
여행 짐을 챙기면서 읽고 있던 책을 집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두었습니다. 낯선 공간에서 책을 고르는 설렘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게 예전부터 그렇게 골라낸 영화와 책 속에서 그때의 저에게 필요한 말과 장면들을 마주하곤 했습니다. 제가 담지 못한 장면, 쓰지 못한 문장, 그리지 못한 그림을 우연히 발견하고 마주하는 기쁨은 지친 몸과 마음에 진실로 활기를 가져다주거든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으로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고 싶었지만, 책방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활자에 대한 갈망을 한껏 끌어올리는 것도 꽤 신나는 일 같았습니다. 패티 스미스는 '책 없이 비행기를 타는 상상만 해도 파도처럼 공황이 덮쳐온다'라고 말했지만 참아왔던 기쁨은 더욱 크게 울려 퍼지는 법이니까요. 여행을 떠나기 전..
2021.12.04 -
기록의 솔직함에 대하여
꼬마일 때 쓰던 가벼운 일기들은 사춘기를 겪고 어른이 되어 사생활을 누릴수록 그 내용이 풍부해집니다. 금고에 넣지 않는 이상 종이 다이어리에는 보안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100% 솔직하게 기록할 수 없는 일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끔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다 밝힐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떠한 사건에 얽힌 관계 때문일 수도 있고, 가끔은 세상의 눈에서 벗어난 일들을 삶에서 허용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함 1. 기록자의 절벽 기록자 스스로 솔직함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순간은 이야기하고 싶은 일이나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입니다. 저는 이 순간을 '기록자의 절벽(Author's Cliff)'이라고 부릅니다. 그 다음 문장에서 어떠한 사실을 전달할 경우, 마치 절벽 끝에..
2021.10.03 -
평온을 다루는 기록자
기록자, 사진을 만나다 다이어리 말고도 중요한 기록 수단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글로 담지 못하는 것을 빛으로 그릴 수 있게 해주는 도구, '카메라'입니다. 사진은 저에게 침묵을 허용해주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도 침묵과 비슷하지만, 글은 단어와 문장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문자에서 온전하게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저는 뷰파인더 속 풍경이 시간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느린 순간을 좋아합니다. 마침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다면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사진은 기록의 수단으로도 훌륭하지만 자기 표현의 한 장르로써 사진을 대하는 마음도 설렙니다. 사진에 대한 욕구가 일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DSLR카메라를 써보고 싶었지만 따로 아르바이트..
202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