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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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일요일 오전의 드라이브, 제주에서 미사 보기(성 이시돌 센터 삼위일체 대성당)
낯선 기운에 잠이 깼습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온돌방을 예약한 덕분에 온 몸을 따뜻하게 지지며 피로를 풀었습니다. 아침은 꼭 먹어야 하는 엄마와 호텔 조식을 좋아하는 저였지만 솔직히 조식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방도 콩알만 하고, 주차시설도 무척 열악했거든요. 지난밤에 호텔에 조금 늦게 도착하니 이미 주차공간이 꽉 차 있어서 건너편 언덕 위에 있는 흙바닥 주차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텔 바로 앞에는 주정차 견인 표지판이 떡하니 세워져 있어 찝찝한 마음에 갓길 주차는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으슥한 공터를 나와 호텔이 있는 쪽으로 언덕을 내려가며 여행이 주는 예기치 못한 불편에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밤에 밖을 봤을 때 차를 주차해둔 언덕이 공포영화 속 묘지처럼 보였는데 아침에 보니 저 멀리 조..
2022.02.04 -
1인 세프가 선사하는 예술 같은 요리, 제주 서귀포 강정동 세이모 키친(SAMo)
서귀포에는 가성비 좋은 호텔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엄마와 내가 이틀을 머물었던 숙소도 그중 한 곳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알게 된 친구가 서귀포 쪽에 '세이모(SAMo)'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행 첫날 저녁 식사를 예약했어요. 숙소에서 2km 정도 거리에 있었습니다. 원래 이탈리안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타국에서 만난 여행자 친구가 어떤 공간을 만들어가며 성장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밀가루 음식이 소화가 힘든 엄마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대신 여행의 나머지 식사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기로 하고요. 세이모 키친(SAMo)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192GS25 편의점 옆 / 인스타그램 @samo_jeju 주차는 근처 상가 앞의 일방통행길에 해두고 조금 ..
2022.02.03 -
여행지에서 운명의 책 만나기 - 제주 섬타임즈
여행 짐을 챙기면서 읽고 있던 책을 집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두었습니다. 낯선 공간에서 책을 고르는 설렘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게 예전부터 그렇게 골라낸 영화와 책 속에서 그때의 저에게 필요한 말과 장면들을 마주하곤 했습니다. 제가 담지 못한 장면, 쓰지 못한 문장, 그리지 못한 그림을 우연히 발견하고 마주하는 기쁨은 지친 몸과 마음에 진실로 활기를 가져다주거든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으로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고 싶었지만, 책방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활자에 대한 갈망을 한껏 끌어올리는 것도 꽤 신나는 일 같았습니다. 패티 스미스는 '책 없이 비행기를 타는 상상만 해도 파도처럼 공황이 덮쳐온다'라고 말했지만 참아왔던 기쁨은 더욱 크게 울려 퍼지는 법이니까요. 여행을 떠나기 전..
2021.12.04 -
엄마와 함께 하는 휴가 첫날, 출발 지연 시간을 활용한 기록
바쁜 1년을 보내고 드디어 휴가를 떠납니다. 이번 만큼은 휴가라는 단어가 설렘보다는 안정과 포근함으로 다가옵니다. 2020년 1월 마카오 여행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네요. 올해는 특히 회사 시간과 개인 시간을 잘게 쪼개어 인생 실험을 한계 끝까지 경험했던 한 해였습니다. 마치 11시간 동안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가 마침내 잘 뻗은 포장 도로 위를 달리는 기분이랄까요. 이제 좀 편히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볼 겨를도 없을 만큼 정신 없이 지냈는데 이 참에 다이어리의 기록을 따라가며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훑어봐야겠습니다. 마침 항공편이 1시간 40분이나 지연되는 바람에 이렇게 글을 쓸 시간을 벌었거든요. (고맙습니다, 진 에어. 휴.) -..
202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