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숙소] 2박 3일간의 치유 - 경주 하동 민속공예촌 속 넓은 정원이 있는 황토 토담집

2022. 10. 30. 01:30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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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어디 안 나가도 된다. 이 집에만 있어도 참 좋다."

    오랫동안 바다 위에서 지냈던 아버지에게 흙내음이 풍부한 경주의 황토집은 그 자체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공간인가 보다. 여러 가지 일들로 매일을 꽉 채워 보내는 저에게도 자연 가까이에서 추석 연휴의 빈 시간을 만끽하는 것은 참으로 소박한 사치다. 폐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에게 이곳의 맑은 공기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지난 추석 연휴, 우리 가족이 꼭 필요했던 휴식을 선물해 준 경주 하동의 민속공예촌 속 황토 토담집을 소개한다.

 

담소를 나누기에도, 글을 쓰기에도 완벽한 정원


    큰 길을 벗어나 공예촌이 있는 고즈넉한 동네로 들어선다. 체크인 시간은 오후 3시. 숙소 앞 건물에서 공예품을 판매하고 계신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사장님의 안내를 받아 출입구 근처에 주차를 하고 정원으로 들어섰다. 묵직한 나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 길은 주인아주머니가 사는 집으로 향해 있다. 오른쪽 돌길을 쭉 따라 걸어가면 우리가 2박 3일 동안 머물 황토집이 나온다. 커다란 나무와 잘 가꿔진 식물들로 둘러싸인 마당 가운데에는 원형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다. 지붕이 짚으로 가지런히 덮여 있는 황토집. 눈앞의 낯선 모습들을 마주하자 그제야 여행을 떠나온 게 실감이 난다.

정원의 테이블
가족과 보내는 시간 / (c)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이번 여행은 '휴양'에 가깝다. 경주는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여행지가 아니라 각자가 여러 번 방문했던 곳이라, 이미 갔던 명소들은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 어머니가 많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든 일정은 최대한 여유롭게 그려야 했다. 그래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인 시간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가족 여행이 되었다. 평소에 회사일과 프리랜서 일로 개인 작업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던 나는 당연히 이 귀한 시간을 놓칠 수가 없었다. 일을 할 때도 늘 글을 쓰고 있지만, 이미 글쓰기는 나의 오랜 휴식 방식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에서 푹 쉬는 동안 무엇이든 속에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방출하고 싶다. 생각을 정리할 시기도 되었고. 낯선 공간에서 글쓰기로 감각을 새롭게 다듬는 기분은 그 자체로 몸과 마음을 씻어내는 기분이 든다.

정원에서의 글쓰기
정원에서의 글쓰기 / (c)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토담집 지붕
토담집 지붕 / (c)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이 숙소의 가장 사랑스러운 점은 실내와 실외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것이다. 정원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제법 충분한 음량으로 틀어두어도 실내에 있는 부모님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다. 음악이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는 여행할 때에도 큰 무리가 아니라면 스피커를 챙겨 다닌다. 평소에 듣던 하우스 음악들은 잠시 내려두고, 다시 제임스 블레이크의 수면 음악과 어쿠스틱 사운드에 마음을 내어준다. 정원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새 소리가 음악에 섞이고, 이따금씩 가을바람이 머리와 손등을 스치고 지나간다. 글을 쓰다가 여러 번 멈춰서 주위를 돌아보고 바람이 주위를 쓰다듬는 걸 지켜보았다. 그동안 너무나 바랐던 작업 환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부모님이 각자의 방식으로 쉬는 동안 정원에 앉아 마감일이 가까워진 작업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며 나만의 휴식 시간을 만끽한다.

    정원에 앉아 있으면 출입구 밖으로 공예촌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보인다. 그래도 생활 공간이 정원 안쪽에 있어 사생활이 침해될 정도는 아니다.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공예촌 자체가 떠들썩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사색과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곳이다.

 

흙내음 가득, 넓은 실내 공간을 만끽하다

 

출처 : 랑이님 에어비앤비 페이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피로가 몰려온 어머니의 낮잠이 시급해 짐을 급히 풀었다. 그래서 실내 사진은 에어비앤비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곳은 예전에 공예 체험 공간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실내가 생각보다 넓다. 칸막이로 가려진 거실의 절반은 사장님의 창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여러 명이 모여 재미난 걸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안방도 네 사람은 충분히 잘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부모님이 원하셔서 사장님께 난방을 부탁드렸더니 안방은 물론 거실 바닥까지 따뜻해졌다. 화장실이 환기가 잘 되지 않고 세면대와 변기가 가까워 사용이 약간 불편한 점은 있지만, 이 숙소는 여러모로 온 가족이 정다운 시간을 보내기에 부족하지 않다.

와인과 독서
와인과 함께 하는 독서 / (c)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한 가지 당연하지만 아쉬운 것. 공예촌이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 차라리 모든 걸 이 안에서 해결하는 게 낫습니다. 지인이 경주 시내에 있는 좋은 와인 바를 추천해줬는데 버스를 타고 나가는 것도, 택시를 타는 것도, 나중에 대리를 부르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그냥 거실에서 책을 읽으며 집에서 가져온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오래 앉아 있다가 벌러덩 누워 책을 마저 읽었는데 보일러의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기분 좋게 감싼다.

    마지막 밤에는 이 거실이 미래 계획에 관해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회의 장소가 되어주었다. 익숙한 집이 아닌 낯선 숙소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새로운 기운을 가져다준다. 아파트와 도시의 삶에 익숙했던 감각이 흙과 풀, 나무를 만나 비로소 온전히 열린 기분이다. 좋은 숙소 덕분에 온 가족이 양질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숙소 내부
고즈넉한 토담집 실내 풍경 / (c)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혼자서 좋은 전시를 보고 카페나 바를 찾아가는 것은 앞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부모님과 함께 나누는 추억의 값어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이 극한값으로 치솟을 테니 지금은 이 당연한 축복을 좀 더 낭비해보기로 한다. 잠든 두 분의 숨소리를 함께 들으며 온가족이 함께하는 밤을 보냈다.

 

 

경주초가 황토 토담집 - 넓은 잔디정원.불국사와 보문단지 중간,불국사보문단지5분거리 - Ha-don

한국 Ha-dong, Gyeongju의 집 전체 자가격리는 불가능합니다 ~~~ 4인 까지만 받아요 다자녀는 가능합니다 ~~

www.airbnb.co.kr



    에어비앤비 예약 링크도 함께 남겨둔다. 따뜻하고 정다운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경주 하동의 황토 토담집. 화려하고 번잡한 것들에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공간이 주는 단순하고 소박한 기운을 만끽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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