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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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록을 경험하는 공간, 프랭코의 <HOMEMADE>
요즘 남천동 타코들며쎄쎄쎄에서 사진전을 하고 있다. 5월부터 7월까지 넉넉한 기간으로 열린다. 덕분에 전시에 오시는 손님들도 급하지 않게 본인의 스케줄에 맞추어 한 번에 한 분씩 차분히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일은 컨디션 관리. '체력과 기분이 무너지지 않게 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진행했다. 그래서 4월에는 몸과 정신의 상태를 살피며 살얼음을 걷듯 할 일들을 해나갔다. 전시가 시작되었고 이제야 미뤄둔 피로가 한 움큼 밀려오고 있지만, 마음 편히 잘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말 후련하다. "돈 쓰고, 시간 쓰고, 피곤해서 아프고, 액자 때문에 짐만 늘고, 이리저리 손해만 보는 사진전을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손목 통증, 발목 통증, 최근에는 다래끼 초기 증상까..
2022.06.26 -
[전시] 이미지와 글자로 만나는 사유의 세계, TIVSOY 개인전 <TIVOGRAPHY(티보그래피)> / 브루커피 부산 동래점
오랜 기간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TIVSOY(곽현우) 작가님이 부산 브루 커피 동래점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자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티보그래피(TIVOGRAPHY)'라는 명칭은 작가 이름의 앞부분(TIV)과 작품의 장르인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합성한 고유 명사입니다. 메인 포스터에는 1층에 전시되어 있던 「HIPHOP」 작품이 삽입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제목 없이 처음 보았을 때는 H와 P, 전원 스위치의 나열로 이루어진 이미지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전원 스위치 버튼의 기호가 영어의 'I'와 'O'로 전환되는 순간, 머릿속에 '힙합'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처럼 티보그래피 작품들은 먼저 제목을 보지 않고 곰곰이 생각하며 사유하고 ..
2022.02.20 -
[전시]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La Carte N'est Pas le Territoire) / MYOP / 부산 해운대 고은사진미술관
해운대에 이사 온 지 8년이 다 되어 갑니다. 요즘은 사람들에게 이 동네는 제가 평생 동안 살고 싶은 곳이라고 고백합니다. 바다, 숲, 요트경기장, 좋은 식당과 카페들, 그리고 고은사진미술관. 이 모든 것들을 걸어서 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올해 초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반가운 전시 소식을 듣고 첫날부터 찾아갔으나 엄격해진 백신 패스 적용으로 인해 문 앞에서 리플릿만 받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쉽게 찍는 백신 접종 완료 QR코드지만 제게는 시간과 돈, 건강을 잃으며 힘겹게 얻어낸 전리품입니다. 마침내 2차 접종 14일째,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바로 고은사진미술관이었습니다. 종종 피드에 전시 소식이 올라왔지만 미리 보지 않기 위해 얼른 넘기곤 했었지요. 텍스트로 먼저 마주한 전시를..
2022.02.13 -
[전시 후기] <사적인 파라다이스(2021)> 사진전 / 해운대 브루커피
한 줌의 평온 밤새 바다를 표류한 사람에게 따뜻한 온기가 절실하듯 태양빛에 오랫동안 데워진 모래 속으로 파고들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슬픔과 불안의 주위는 습도가 높고 서늘해서 이 감정 구간에 들어설 때면 언제나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온기가 사라지지 않는 곳. 방전된 내가 기운을 회복하는 섬. 외부의 영향 없이 나의 의지로 영원히 존속할 수 있는 낙원. 고대 사람들이 시나 연설을 암송하기 위해 기억의 궁전(Mind Palace)을 이용하는 것처럼 나는 내부에 추상적인 섬을 만들어 평온을 얻기 위한 재료들을 모아두기로 했다. 그래서 일상과 여행지에서 조금씩 떼어낸 평온한 순간을 뭉쳐 자그마한 섬을 조성했다. 그 섬에는 좋아하는 음악이 종일 나오고 보고 싶은 영화 장면이 반복되며 ..
2022.02.06 -
[전시] 오클랜드 아트 갤러리 산책 - 고대 유적 기록물부터 현대 미술, 뉴질랜드 페미니즘 제2물결까지
본격적인 겨울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놀라운 건 장마라고 해서 하루 종일 흐린 우울한 날씨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몇 분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가, 금방 햇볕이 들었다가, 또 흐려지고 바람이 심하게 불다가,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가 하기 때문에 꽤 재밌고 지루하지 않은 장마입니다. 하도 순식간에 바뀌어서 순번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햇빛과 비가 서로 겹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빛이 야자수 나뭇잎 끝에 달린 빗방울 속으로 파고 들어가 귀고리의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제 생애 이렇게 활기찬 장마는 없었습니다. 폭우가 쏟아진 덕분에 자연이 아닌 문화 속에서 모험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오클랜드 아트 갤러리(Auckland Art Gallery / Toi O Tamaki) *2018년 5..
202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