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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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일요일 오전의 드라이브, 제주에서 미사 보기(성 이시돌 센터 삼위일체 대성당)
낯선 기운에 잠이 깼습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온돌방을 예약한 덕분에 온 몸을 따뜻하게 지지며 피로를 풀었습니다. 아침은 꼭 먹어야 하는 엄마와 호텔 조식을 좋아하는 저였지만 솔직히 조식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방도 콩알만 하고, 주차시설도 무척 열악했거든요. 지난밤에 호텔에 조금 늦게 도착하니 이미 주차공간이 꽉 차 있어서 건너편 언덕 위에 있는 흙바닥 주차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텔 바로 앞에는 주정차 견인 표지판이 떡하니 세워져 있어 찝찝한 마음에 갓길 주차는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으슥한 공터를 나와 호텔이 있는 쪽으로 언덕을 내려가며 여행이 주는 예기치 못한 불편에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밤에 밖을 봤을 때 차를 주차해둔 언덕이 공포영화 속 묘지처럼 보였는데 아침에 보니 저 멀리 조..
2022.02.04 -
1인 세프가 선사하는 예술 같은 요리, 제주 서귀포 강정동 세이모 키친(SAMo)
서귀포에는 가성비 좋은 호텔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엄마와 내가 이틀을 머물었던 숙소도 그중 한 곳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알게 된 친구가 서귀포 쪽에 '세이모(SAMo)'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행 첫날 저녁 식사를 예약했어요. 숙소에서 2km 정도 거리에 있었습니다. 원래 이탈리안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타국에서 만난 여행자 친구가 어떤 공간을 만들어가며 성장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밀가루 음식이 소화가 힘든 엄마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대신 여행의 나머지 식사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기로 하고요. 세이모 키친(SAMo)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192GS25 편의점 옆 / 인스타그램 @samo_jeju 주차는 근처 상가 앞의 일방통행길에 해두고 조금 ..
2022.02.03 -
지붕 없는 제주 여행, 메르세데스-벤츠 C200 카브리올레
인생에서 2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120분이면 꽤 넉넉한 영화의 러닝 타임이고, 식사와 커피 타임을 즐길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그리 길지 않은 여행 일정에서 2시간이 뒤로 밀리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오픈카를 빌렸는데 출발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날짜에 흐린 날씨가 예보되어 있고, 식물원 등 야외 테마시설이 한 시간 일찍 문을 닫는 동절기의 여행이라면 더더욱이요. 묵주기도로 화가 나는 마음을 겨우 달래고 있던 엄마는 '다시는 진 에어를 타지 않겠다' 선언하셨습니다. 우리 둘 다 모처럼의 여행을 출발 지연 때문에 기분까지 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동의했지요. 그래서 지연된 시간을 잘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중간중간 따스한 햇살이 드는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현실 ..
202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