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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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둘, 어른이 되어 맞이하는 첫 가족여행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관계를 맺는 집단이 있다. 부모가 될 수도 있고, 그와 유사한 그룹의 형태일 수도 있다. 그 안에서 형성되는 문화는 작은 세계를 이룬다. 그리고 개인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피와 시간을 나눈 사람들은 명시적으로, 때로는 암묵적으로 서로의 역할과 상호 간 약속을 정한다. 각자의 습관에 물들기도 하고, 불편한 점들이 있다면 드러내기도 하면서 우리는 사회를 경험하고 함께 사는 법을 알아간다. 운이 좋다면 가족 구성원들은 큰 어려움 없이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그 경험이 연장되어 가족의 울타리에서 세상 바깥으로 자신의 영역을 무사히 확장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갈등과 타협(혹은 비타협)의 터널을 지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나서야 한다. 다른 동물들에게는 본..
2022.10.19 -
[양산카페/물금카페] 사람과 마을을 생각하는 바른 카페, 소소서원
가족 일이 있어 양산에 갔다가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카페 한 곳에 들렀다. 낯선 카페는 그 자체로 여행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마침 노트북도 챙겼으니 글도 쓰고 밀린 작업을 정리하고 싶었다. 집에 오기 전 다른 곳에 들릴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라 커피 맛은 물론이고 특별한 공간에 머물렀으면 했다. 그러다 물금에 있는 한 카페를 발견했다. 좋아하는 카페 브랜드의 바리스타 한 분이 소소서원 카페 계정을 팔로우를 하고 있어 왠지 더욱 신뢰가 갔다. 카페 그 이상의 공간과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곳, 양산 물금 카페 을 소개한다. 소소서원 경상남도 양산시 물금읍 신주5길 4-13 영업시간 : 화-일 10:00 ~ 21:30 평일 오후 3시, 조용할 거라 생각했던 외곽의 카페는 손님들의 이야기 소리로 가득했다..
2022.04.21 -
한적한 일요일 오전의 드라이브, 제주에서 미사 보기(성 이시돌 센터 삼위일체 대성당)
낯선 기운에 잠이 깼습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온돌방을 예약한 덕분에 온 몸을 따뜻하게 지지며 피로를 풀었습니다. 아침은 꼭 먹어야 하는 엄마와 호텔 조식을 좋아하는 저였지만 솔직히 조식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방도 콩알만 하고, 주차시설도 무척 열악했거든요. 지난밤에 호텔에 조금 늦게 도착하니 이미 주차공간이 꽉 차 있어서 건너편 언덕 위에 있는 흙바닥 주차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텔 바로 앞에는 주정차 견인 표지판이 떡하니 세워져 있어 찝찝한 마음에 갓길 주차는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으슥한 공터를 나와 호텔이 있는 쪽으로 언덕을 내려가며 여행이 주는 예기치 못한 불편에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밤에 밖을 봤을 때 차를 주차해둔 언덕이 공포영화 속 묘지처럼 보였는데 아침에 보니 저 멀리 조..
2022.02.04 -
1인 세프가 선사하는 예술 같은 요리, 제주 서귀포 강정동 세이모 키친(SAMo)
서귀포에는 가성비 좋은 호텔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엄마와 내가 이틀을 머물었던 숙소도 그중 한 곳이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알게 된 친구가 서귀포 쪽에 '세이모(SAMo)'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행 첫날 저녁 식사를 예약했어요. 숙소에서 2km 정도 거리에 있었습니다. 원래 이탈리안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타국에서 만난 여행자 친구가 어떤 공간을 만들어가며 성장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밀가루 음식이 소화가 힘든 엄마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대신 여행의 나머지 식사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기로 하고요. 세이모 키친(SAMo)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192GS25 편의점 옆 / 인스타그램 @samo_jeju 주차는 근처 상가 앞의 일방통행길에 해두고 조금 ..
2022.02.03 -
여행지에서 운명의 책 만나기 - 제주 섬타임즈
여행 짐을 챙기면서 읽고 있던 책을 집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두었습니다. 낯선 공간에서 책을 고르는 설렘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게 예전부터 그렇게 골라낸 영화와 책 속에서 그때의 저에게 필요한 말과 장면들을 마주하곤 했습니다. 제가 담지 못한 장면, 쓰지 못한 문장, 그리지 못한 그림을 우연히 발견하고 마주하는 기쁨은 지친 몸과 마음에 진실로 활기를 가져다주거든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으로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고 싶었지만, 책방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활자에 대한 갈망을 한껏 끌어올리는 것도 꽤 신나는 일 같았습니다. 패티 스미스는 '책 없이 비행기를 타는 상상만 해도 파도처럼 공황이 덮쳐온다'라고 말했지만 참아왔던 기쁨은 더욱 크게 울려 퍼지는 법이니까요. 여행을 떠나기 전..
2021.12.04 -
지붕 없는 제주 여행, 메르세데스-벤츠 C200 카브리올레
인생에서 2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120분이면 꽤 넉넉한 영화의 러닝 타임이고, 식사와 커피 타임을 즐길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그리 길지 않은 여행 일정에서 2시간이 뒤로 밀리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오픈카를 빌렸는데 출발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날짜에 흐린 날씨가 예보되어 있고, 식물원 등 야외 테마시설이 한 시간 일찍 문을 닫는 동절기의 여행이라면 더더욱이요. 묵주기도로 화가 나는 마음을 겨우 달래고 있던 엄마는 '다시는 진 에어를 타지 않겠다' 선언하셨습니다. 우리 둘 다 모처럼의 여행을 출발 지연 때문에 기분까지 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동의했지요. 그래서 지연된 시간을 잘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중간중간 따스한 햇살이 드는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현실 ..
202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