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을 위한 백그라운드 사운드

2022. 1. 23. 20:13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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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집중이 필요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혼자 있는 공간이든, 누군가와 함께 있는 공간이든 다양한 환경들이 당신의 집중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휴식을 가져도 일로 곧장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면 사운드로 가상의 공간을 조성해볼 수 있습니다.

 


 

일요일 밤, 내일 출근을 앞두고 있지만 주말에만 할 수 있는 작업들을 결국 밤까지 붙잡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는 있었습니다. '주말인데 아무 생각 안 하고 좀 쉬면 안 돼?' 하는 게으른 마음과 '주중에 퇴근하고 하려면 얼마나 피곤한지 겪어봤잖아. 조금이라도 편한 주말에 바짝 해두자' 하는 부지런한 마음이 종일 싸우다가 결국 밤에 붙들게 된 것입니다. 꿈같은 휴식 시간이 끝나간다는 아쉬움에 마음이 우울해졌습니다. 선데이 나잇 블루(Sunday Night Blue)라고 하지요. 월요일은 냉정하게 다가오고, 회사에 시간을 파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일요일 저녁 즈음 마음이 무거워지는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몇 달 전, 몸이 갑작스레 안 좋아지고 번 아웃과 함께 정신적으로 큰 위기가 왔었습니다.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책으로, 「충분히 잘 자고, 고민이나 걱정을 이어가려는 집착을 끊고, 현재에 집중(=지금의 먹고사는 일상)」하는 연습을 하며 어찌 잘 견뎌 왔습니다. 그렇지만 무작정 걱정을 회피한다고 고민에 대한 솔직한 감정마저 없어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우울하고 두렵습니다.

 

ⓒ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더 나은 예술가가 되고 싶어. 최근에 제가 느끼던 답답함, 걱정, 고민들은 결국 '더 나은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주에서 사랑하는 이와 소박한 집을 짓고 작업에 더욱 집중하는 사람, 독립해서 자기 취향으로 가득한 방을 꾸며두고 자기 세계를 가꾸는 사람들을 발견할 때마다 동경하는 마음 아래에서 올라오는 자잘한 질투가 일어났지요. 하지만 질투가 해로운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을 실제로 이룬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충분히 현실가능성이 있는 일이며 따라서 저도 가능한 일이라는 증거가 됩니다. 질투에 바들바들 떨기보다는 '조금 더 해보자'라고 스스로를 일으키는 동력으로 삼는 편이 여러모로 낫습니다. 

'더 나은 예술가'라는 말 속에 숨겨진 욕망을 더 들춰보기로 합니다. 제가 최근에 동경과 질투를 가득 품으며 지켜봤던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공간'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의 제 욕망을 다시 해석해보자면 '독립된 공간에서, 누구의 간섭 없이, 원하는 만큼 예술 작업에 몰입하고 싶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함께 지내야 하는 가족이 있고, 제가 글을 쓰고 싶은 거실 공간은 다른 가족들도 누려야 하는 공용 공간이며, 주중에는 꼼짝없이 회사에 시간을 내어주어야 하는 월급쟁이 노동자입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자원을 최대한 아끼면서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하고 자기 관리를 잘 해내며 원하는 일들을 이어가는 것뿐이었지요.

그러다 문득 '지금 당장 독립된 공간을 가질 수 없다면, 가상으로라도 지금 내가 머물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J. D 샐린저가 뉴햄프셔의 숲 속에 사적인 집필공간을 마련한 것처럼 차분한 고요함이 필요했습니다. 공간의 총체적인 분위기를 담아낸 '음향 효과'를 통해 내게 필요한 무드를 조성해보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답니다. 그동안 글쓰기와 독서의 몰입을 위해 찾아낸 플레이리스트 중 엄선한 3개의 영상을 소개합니다.

 

 

 

1. Ancient Libary Room

(Relaxing Thunder & Rain Sounds, Crackling Fireplace for Sleeping for Study)

 

 

부엌에 블루투스 스피커로 소리를 들으니 빗소리와 장작 타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 종이 위에 글씨를 쓰고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무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 서재에서 책을 빼내는 소리도 들리네요. 거실에서 가족들이 시청하는 TV 소리가 들려왔지만 배경음 덕분에 나의 뇌는 어리석게도 아까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영상 덕분에 15분 만에 아침부터 미루고 있었던 작업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2. Victorian Ambience / Writer's Room with Classic Music

(Writing Sound with Cozy Rain for Relaxing)

 

 

장작이 타오르고 종이 위에 글을 쓰는 소리와 함께 몇 발자국 멀리서 서정적인 음악이 들려옵니다. 위의 트랙에서 천둥 번개 소리가 조금 과하게 느껴진다면 빅토리아 시대의 어느 작가의 방으로 설정된 이 음향이 조금 더 부드럽고 사랑스럽습니다. 짧은 곡이 반복되지만 듣기에 부담은 없네요.

 

 

3. Late Night Coffee Shop Ambience

(with Relaxing Jazz Music and Rain Sounds)

 

 

도시 속 고독이 필요할 때 지금 앉아 있는 공간이 프라이빗한 카페로 변신할 수 있는 배경음악이다. 재생 시간도 8시간으로 넉넉하니 호흡이 긴 작업 분위기가 필요하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쉬는 날 아침이면 이 플레이리스트를 가장 먼저 틀어둡니다. 큐레이팅된 재즈 음악들이 일관된 템포와 무드를 가지고 있어 가장 편안한 호흡으로 생활에 필요한 행동들을 이어갈 수 있게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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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 있고 싶다는 욕망, 독립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이 마음을 괴롭혔습니다. 적어도 예술가라면 현재의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해결해보려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마련한 방안은 '음향'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사람이라면 특정 행동을 매일 이어가기로 결심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매일 짧은 글을 쓰는 연습을, 시간이 있을 때 부족한 부분을 연마할 수 있는 공부를 멈추지 않는 꾸준함이 중요했지요. 최상의 상태에서 녹음된 음원도 좋지만, 가끔은 현실과 흡사한 가상공간을 스스로 조성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담겨 있고 싶은 분위기를 창조하고 이를 활력으로 삼는 것은 의외로 가까이에서,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숭고한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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