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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쓰기로 만나는 존재 바깥과 내면, 비밀의 언덕(2022)
진실과 거짓 사이 우리는 가족의 품을 떠나 또래 친구들을 만나며 처음으로 넓은 세상을 경험한다. 보호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거짓으로 울고 웃던 아이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다. 가짜를 그럴듯한 진실로 위장하는 데에는 더 많은 거짓말이 동원될 때도 있다. 덕지덕지 쌓아 올린 모래성 안에서 아이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을 경험한다. 조금 더 자라면서 우리는 진실을 필요한 만큼 숨기는 법을 알게 된다.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적당히 넘어가는 것. 누군가가 너무 꼴보기 싫지만, 늘 마주쳐야 하는 사회적 관계를 고려해 오늘도 온 힘을 다해 웃어 보이는 것. 하지만 반쪽짜리 얼굴로 존재하는 게 어쩐지 달갑지는 않다. 솔직함과 거짓말, 우리는 이 가운데..
2023.07.30 -
번아웃, 나를 태우지 말고 시간을 태우자
서울로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밤. 할 일을 끝내고 침대에 누웠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늘 포근하게 나를 감싸던 이불이 그날 밤에는 무거운 철판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서늘해지는 호흡과 두근거리는 심장. 좁고 긴 불안의 터널로 들어가기 직전에 나에게 찾아오는 이상신호였다. 1단계 - 정면돌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불안과 걱정을 마주한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긴장과 피로가 쌓이면 평소보다 더 쉽게 에너지가 바닥나고 부정적인 상태로 흘러가기 쉽다. 불안한 감정에 대한 나의 첫 선택은 정면돌파였다. 슬프고 처절한 기분으로 반쪽자리 주말을 보내느니 차라리 원인을 없애는 방향으로 시간을 쓰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불안을 들여다보니 그 속에 '..
2023.07.21 -
'자발적 고립'으로부터 시작하는 독립 생활
독립, 온전한 인간이 되는 연습 서울 생활 4개월 차.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충분한 시간이다. 그동안 낯선 분야의 일을 익혔고, 막막했던 첫 장거리 연애는 안정 궤도에 올랐다. 매일 회사일, 외국어 공부, 제2의 삶을 위한 공부, 독서, 글쓰기, 집안일에 전념하며 지낸다. 요리와 자잘한 집안일은 독립생활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내 몸과 터전을 직접 돌보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 본능을 일깨워주니까. 아기새가 야생에서 먹이를 찾고 둥지를 만드는 것처럼 인간은 독립을 통해 생물로서의 본성을 회복한다. 첫 서울생활을 시작한 3월, 이곳의 생활 물가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독립을 시작하자마자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생존 전략을 세웠다. '수입의 50% 저축'이 목표다. 가까운 미래에 커다란..
2023.07.15 -
[도쿄/맛집∙기념품∙가볼곳] 시부야 산책 코스 추천! 여유로운 자연과 번화가를 동시에 즐기는 법
한국보다 겨울이 한 발 늦은 도쿄에서 미처 누리지 못한 가을 정취를 눈에 담는다. 일본에 서너 번 와 본 게 전부 봄과 여름뿐이라 도쿄의 늦가을-초겨울 풍경은 처음이다. 바쁜 틈새로 연말에 마련한 2022년의 휴가. 예전에 오랜 친구와 도쿄에 처음 왔었다. 그때는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방식으로 일본을 처음 만끽했다. 그로부터 4년 뒤 친구가 결혼 소식을 들려줄 때쯤 나는 오래 만나던 사람과 각자의 길을 갔고, 주말에 근무하는 일을 할 때라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렇게 몇 번의 타이밍이 엇갈리다가 우리는 영영 먼 사이가 되었다. 친구와의 마지막 여행지가 되었던 도쿄. 그래서 그동안 도쿄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언가 저릿해졌다. 휑하니 사라진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나 지금 어디게!" "도-쿄-! 나..
2023.06.18 -
[기록자의 도구] 책, 다이어리, 랩탑, 카메라 수납까지 가능한 가방 - 세일러즈 워커백 M
"와... 언니, 가방에 뭐가 들어 있으면 이런 거야...?" "몰랐어? 쟤 가방에 망치 들고 다니잖아!" 짐을 많이 들고 다니는 나에게 놀림이 한가득 쏟아진다. 랩탑, 가끔 아이패드, 다이어리, 필통, 책, 카메라, 배터리, 어뎁터, 가끔 렌즈도 한 두 개. 하도 이고 지고 다니는 탓에 '당나귀'라는 별명도 얻었다. 어느날 갑자기 무거운 가방을 들기로 작정한 건 아니다. 자주 쓰는 물건들이 시나브로 조금씩 많아졌을 뿐. 그래서 나에게 '가방 들어준다'는 호의를 함부로 베풀면 곤란하다. 덤벨 대신 운동이 될 만한 걸 찾는 사람이 아닌 이상 호의가 후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피가 안 통하는 손가락은 덤🥲) 어지간하면 물건을 다 들고 다니게 된 이유가 있다. 고민 끝에 어떤 물건을 빼놓고 오면, 무슨 운명..
2023.05.06 -
[도쿄/카페] 후글렌(Fuglen), 커피를 물고 일본으로 날아든 노르웨이 새
시부야에서 맞이하는 토요일 아침. 햇볕이 들지 않는 오래된 목조 주택에서 한기를 느끼며 눈을 떴다. 5시간 스탠딩 공연을 만끽한 MUTEK TOKYO의 여파가 몸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었다. 이번 도쿄 여행의 목적은 MUTEK을 경험하는 것이었지만, 낮 시간은 도쿄 그 자체를 즐기는 데 쓰기로 했다. ▼ MUTEK TOKYO 2022 후기 다시 읽기! [공연] 일렉트로닉, 감각의 경계를 허물다 MUTEK JP 뮤텍 도쿄 2022 (1) 시간은 평평한 모래사장입니다. 어느 한 곳에 빈 구덩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모래를 쌓아 올려야 합니다. 그리고 밀려오는 파도. 모래 알갱이와 바닷물이 뒤섞여 다시 원래 상태로 되 www.privateparadise.org [공연] 일렉트로닉, 생각의 경계를 허물다 M..
2023.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