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나빌리(Navigli),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핫플레이스 6선

2023. 10. 3. 17:15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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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가 있는 장소는 여행의 전체적인 톤을 형성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새벽까지, 하루의 모든 시간대를 깊숙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와 워케이션이 시작된 첫 주를 밀라노에서 보냈다. 그중에 숙소로 택한 곳은 나빌리오 운하를 품은 동네 '나빌리(Navigli)'. 이곳은 12세기 중세부터 산업혁명 시대까지 밀라노의 경제 및 문화 중심지 역할을 했던 역사적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수로를 따라 형성된 레스토랑과 카페, 상점들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끊임없이 붙잡는다. 겨울이 찾아온 밀라노에 머무는 일주일 중 절반은 비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덕분에 비밀스러운 꿈처럼 밀라노를 즐겼다. 카페와 레스토랑, 레코드샵까지 이 도시를 훑으며 기억에 남았던 6곳을 소개해본다.


 

밤의 나빌리 / (c)2023.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1. 카페 나폴리(Caffè Napoli)

나눔의 문화가 살아숨쉬는 사랑방 카페
Via Vigevano, 1, 20144 Milano MI

카페 나폴리 카푸치노카페 나폴리 빵카페 나폴리 바리스타
Caffe Napoli, Navigli, Milan / (c)2023.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카페 나폴리의 아침식사
Caffé Napoli, Navigli, Milan / (c)2023.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밀라노에서 처음 맞이하는 아침. 숙소에서 나와 나빌리오 운하로 걸어가는 비제바노(Vigevano) 길에서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이른 아침부터 동네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카페 나폴리.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매일 카푸치노와 크루아상으로 아침을 열었다. 매장에는 늘 같은 바리스타가 아침 시간을 맡고 있었는데, 부지런히 다량의 에스프레소를 짜며 단골손님들을 케어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밀라노 내 다른 지역에서도 카페 나폴리를 몇 개 보았지만, 나빌리 지점에서 쌓은 공간적 친밀감이 무척 특별했다. 짧은 여행이라도 '일상의 루틴'을 형성할 수 있다면 그 도시는 여행지 이상으로 삶에 다가온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가게를 나설 때마다 바리스타에게 '최고'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날에는 커피가 필요한 이웃을 위해 미리 값을 지불하는 '소스페소(sospeso)' 문화에 동참하며 밀라노를 떠나는 아쉬움을 나누었다.

 

2. 슈에 나빌리(SCIUÉ Navigli)

동네 사람들이 사랑하는 나폴리 스타일 피자 레스토랑 
Alzaia Naviglio Pavese, 6, 20143 Milano MI

슈에 나빌리 피자 레스토랑
Sciué, Navigli, Milan / (c)2023. Chaelinjane All Right Reserved
슈에 나빌리 주방 모습슈에 나빌리의 저녁 식사서비스 리몬첼로
Sciué, Navigli, Milan / (c)2023. Chaelinjane All Right Reserved

 

    1월 1일 늦은 밤 나빌리에 도착했다. 현지인 호스트에게 이 시간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냐고 물어보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피자 가게도 많지만, 나빌리에 왔다면 무조건 SCIUÉ에서 피자를 먹어야 하죠!" 그녀의 확신에 찬 대답에 설레는 마음으로 부슬비가 내리는 밤길을 나섰다.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출입구쪽 2인석 테이블만 유일하게 남아 있었다. 우리가 앉은 다음으로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는데,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덕 열기와 입에서 녹는 피자, 레드 와인, 그리고 주인장이 건네준 식후 리몬첼로까지! 여행 첫날의 피로가 더해져 기분 좋은 나른함에 레스토랑을 나왔다.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면 피자뿐만 아니라 파스타도 먹어보고 싶은 곳.

 

3. 테스토네(Testone)

이탈리아 중부의 움브리아식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캐주얼 다이닝
Via Vigevano, 6, 20144 Milano MI

테스토네 주방 모습토르타 알 테스토
Testone, Navigli, Milan / (c)2023.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이탈리안 소시지파스타를 만드는 셰프테스토네 파스타
Testone, Navigli, Milan / (c)2023.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숙소 맞은 편 길가에 있는 레스토랑 '테스토네(Testone)'를 눈여겨봐 두었다가 너무 많이 걸어 피로가 잔뜩 쌓인 날 저녁에 찾았다. 이곳에서 이탈리아 중부 내륙에 있는 움브리아 지역의 요리를 처음 접했다.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을 구워 치즈나 고기, 야채 등을 올려 먹는 토르타 알 테스토(Torta al Testo)와 파스타, 구운 소시지와 구운 채소를 주문했다. 움브리아 요리들은 전통적인 조리법에 따른 심플한 비주얼이 특징이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비해 요리가 훌륭해 입소문이 나 있다. 여기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나빌리오 운하 근처의 근사한 바에서 술 한 잔 걸친다면 아주 합리적인 조합!

 

4. 세렌딥피티(Serendeepity)

광범위한 음반 컬렉션과 빈티지 어패럴을 만날 수 있는 음악인들의 성지
Corso di Porta Ticinese, 100, 20123 Milano MI

세렌딥피티 밀라노바이닐 음반
Serendeepity, Navigli, Milan / (c)2023.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바이닐과 함께 즐기는 만찬세렌딥피티 매장 내부 모습
Serendeepity, Navigli, Milan / (c)2023.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나빌리가 품은 음악 문화 예술의 중심지! 시간대가 맞지 않아 세 번째 방문에야 비로소 세렌딥피티 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음반뿐만 아니라 책, 굿즈, 티셔츠, 맨투맨 등 다채로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폭넓은 컬렉션과 희귀한 음반들까지, 구석구석 보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의 밀라노 기념품은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세렌딥피티에서 발굴한 밀라노 플랭크업 레코딩스(Flankup Recordings)의 "일 마레 디 프론테(Il Mare di Fronte)" EP가 단연 최고! 디스코와 부기가 세련된 색채로 다듬어져 황홀감을 선사한다. 영혼에 바짝 와닿는 음악을 찾아 여행을 기념하고, 로컬샵과 아티스트까지 도울 수 있는 바이닐 컬렉팅. 특별한 여행기념품으로 로컬 아티스트의 음반을 구매해 보는 것도 무척 좋다. 일 마레 디 프론테 바이닐을 사면서 나의 2023년이 이런 바이브로 흘러가길 바랐는데, 실제로도 즐겁고 신나는 일이 많이 생기고 있다. 나의 주파수에 맞는 좋은 소리가 훌륭한 기운을 끌어당기는 것일지도!

 

 

5. 젤라떼리아 오르소 비앙코(Gelateria Orso Bianco)

후식은 젤라또! 걷다가 입이 심심할 때도 젤라또!
Via Casale, 7, 20144 Milano MI 

 

  나빌리에 숙소가 있으면 좋은 점은 집에 돌아갈 걱정 없이 활기찬 나빌리의 밤을 마음 편히 즐겨도 된다는 것. 첫날, 운하를 따라 밤 산책을 하다가 다리가 아플 때쯤 우연히 젤라또 가게를 발견했다. 그 후 참새 방앗간처럼 이쪽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하나씩 사 먹었다. 보슬비를 맞으며 수제 젤라또의 질감과 풍미를 음미하는 늦은 겨울밤. 시려운 손을 호호 불며 먹던 그 시간이 유난히 따스하게 기억된다. 젤라또는 한겨울에도 옳다. 

 

6. 알 코닐리오 비앙코(Al Coniglio Bianco)

나빌리오의 클래식한 낭만을 간직한 레스토랑
Alzaia Naviglio Grande, 12, 20144 Milano MI

 

  밀라노에 머무는 마지막 저녁. 나빌리오를 걷다가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는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흰 토끼'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유리창에 'No Tripadvisor' 캠페인을 지지하는 종이가 붙어 더욱 궁금증을 자극했다.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이미 레스토랑 내부는 꽉 차 있는 상황. 겨울이지만 야외 테이블도 괜찮을 것 같아 바깥에서 둘만의 만찬을 즐겼다.
 
하우스 레드와인과 함께 아티초크 샐러드와 채소 튀김요리를 식전 요리로 먼저 즐겼다. 본식으로는 이 레스토랑의 전통적인 대표 요리를 맛보았다. 토끼고기가 들어간 수제 타글리아텔레와 파파르델레, 밀라노식 오소부코 리조또(사프란 라이스, 파르미잔 치즈, 골수뼈가 들어간 소고기 양갈비 슬라이스)는 식감과 맛 모두 훌륭했다. 후식으로 크렘 브륄레를 즐긴 후 에스프레소로 마무리하며 밀라노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기념했다.

다만, 가격이 아주 관광지스럽고 직원이 작정을 하고 추가 요리 주문을 이끌어낸다. 혹시 이 레스토랑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겁먹지 말고(?) 적당히 먹을 만큼만 주문해 보자. 우리처럼 음식 세례를 마음껏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이곳은 당신에게도 천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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